식품 로고는 녹색·빨강이 아니라 톤·채도·명도다 — 타깃·시즌·가격대별 팔레트 전략
신선함·건강·프리미엄을 구분하는 색 논리와 파스텔 유행색 추종의 함정. 3년 뒤 구닥다리 이미지가 되는 이유는 색 선택이 아니라 톤·채도·명도 전략의 부재.
도시락 로고, 소주 로고, 프리미엄 초콜릿 로고가 죄다 녹색이거나 빨강인 이유를 뒤섞어 생각하면 재계약은 멉니다.
‘SNS에 올릴 만한’ 색을 고르는 게 먼저다
흥미로운 통계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식품업 로고 트렌드를 보면 파스텔 색상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2023년 푸드 컬러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를 보니 “힘든 시기엔 따뜻하고 연한 색상”이라며 파스텔 계열의 부상을 주목했습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건강”과 “정서적 웰빙”을 결합하려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놓치는 게 있습니다. 파스텔이 유행한다고 해서 파스텔을 쓰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파스텔도 결국 색입니다. 그 색이 타깃에 맞게 톤·채도·명도로 조정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컨설팅하는 식품 회사들을 보면, 유행색만 좇다가 3년 뒤 “왜 낡았냐”고 묻곤 합니다.
녹색·빨강도 다르면 완전 다른 로고다
식품 로고의 기본은 맞아요 — 녹색은 신선함, 빨강은 식욕. 스타벅스가 녹색을 쓰고 코카콜라가 빨강을 쓰는 이유죠.
그런데 같은 녹색이라도 아동용·프리미엄·건강식품은 전혀 달라야 합니다. 아동용 간식은 밝고 맑은 파스텔 그린(명도 높음, 채도 낮음)이 맞고요. 프리미엄 음료는 어둡고 깊은 포레스트 그린(명도 낮음, 채도는 중간)이 어울립니다. 건강식품은 자연스러운 올리브 톤(채도 낮음, 톤은 흙색)으로 갑니다. 셋 다 “녹색”이지만, 소비자 눈엔 완전 다른 브랜드입니다.
빨강도 마찬가지. 패스트푸드는 강렬한 레드(채도 높음, 명도 중간). 와인 회사는 보르도 레드(채도 중간, 명도 낮음). 키즈 음료는 연한 핑크톤(채도 낮음, 명도 높음)으로 갑니다. 색상 자체보다 **그 색이 얼마나 ‘깊은가’, ‘밝은가’, ‘포화되었는가’**가 전략입니다.
유행색 추종하는 로고는 왜 3년 뒤 구닥다리로 보일까
파스텔이 지금 유행이면, 2~3년 뒤 그 파스텔은 “전형적인 2023~2024년 로고”로 고착됩니다. 유행색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유행색의 ‘톤·채도·명도’까지 그대로 베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식품 회사가 “파스텔 트렌드다”라고 해서 따뜻하고 밝은 파스텔 핑크를 로고에 썼어요. 그건 지금은 신선하지만, 2년 뒤 그것과 정확히 같은 채도·명도의 로고들이 시장에 수십 개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 색은 더 이상 “우리 회사”가 아니라 “그 시대의 유행”이 되어버립니다.
반면 톤·채도·명도 전략으로 만든 로고는 버팀목이 됩니다. 흙색(올리브)과 진한 핑크의 조합, 또는 밝은 그린과 차콜색 조합 같은 식으로 개성 있게 배치되면,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시간이 흘러도 “저 회사”로 읽힙니다.
당신 회사의 타깃층 색 시트를 먼저 그려놓으세요
지금 당신의 식품 회사 타깃이 누구인지 명확히 하고, 그 층에 맞는 색의 톤·채도·명도를 정의하세요. “녹색이면 되지”가 아니라 “우리 고객이 보는 초록빛은 어떤 초록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아동용이면 밝고 따뜻하게, 프리미엄이면 깊고 차분하게, 대중적 웰빙 상품이면 자연스럽고 신뢰할 수 있게. 같은 색도 다르게 쓸 수 있고, 그것이 3년 뒤에도 버티는 로고를 만듭니다.